달 출판사,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낯선>
작가는 육체적 관계를 글로 풀어내는 칼럼니스트다. 도시를 걷는 이야기도 그녀가 나눈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맞닿아 있다. 물론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은 침대 위의 시간이 아니라 관계를 나눈 사람이다.
“낯선 언어를 듣고 낯선 공기를 마시며 홀로 걸을 때 가만히 당신들을 생각합니다. 결국, 돌이켜보면 그 낯선 도시에서 나는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침대>
스스로를 상처투성이의 사람으로 묘사하는 그녀는, 어차피 믿지 못할 익숙함을 떨쳐내고 글과 여행에 몸을 기댄다. 다신 사람과 감정을 믿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떠난 그 종착점은, 역설적이게도 낯선 이들의 침실이다.
“사랑은 텅 빈 상자와 같았다. 조심조심 공을 들여 포장을 뜯어보면 그 속은 늘 텅 비어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에 또 한 번 속느니, 차라리 내가 사랑을 글로 지어내는 게 확실하겠다.”
<바람>
만나는 이들과 마음을 섞을 때마다 선명해지는 것은 오히려 그녀 자신이었다. 방황하며 바람처럼 떠돌던 그녀에게도 여행의 끝은 있었고, 돌아와 적은 이 글은 위로가 된다.
“서툴고 방황했기에 더욱 반짝이던 나의 이십대. 아직도 마음 한쪽에선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나를 이 글을 쓰며 비로소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었습니다.”